아르케 뜻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사상
고대 그리스 철학에 대해 공부를 하려고 하면 자주 접하게 되는 개념이 ‘아르케(arche)’이다. 윤리시간에 탈레스는 물, 헤라클레이토스는 불. 뭐 이런식으로 대충 암기하고 넘어갔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참 중요하고 고찰해볼만한 개념이었다.
그래서 조금 조사를 해보니까, 아르케라는 개념은 그 의미도 여러가지가 있었고, 철학자들마다 독특한 이론들을 전개하고 있었다.
물론 오늘날 과학지식으로 비교해보면 조금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단순관찰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으니 어쩔수가 없다.
아마 내가 그 시대사람이었으면, 이 세상은 쌀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주장했을지도 모른다. 뭐 아무튼 오늘은 아르케 뜻과 이에 대한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의 사상들을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아르케란 무엇인가?
아르케(arche)는 고대 그리스어(=헬라어, 헬라스어)로 ‘처음’, ‘시초’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철학자들마다 조금씩 해석이나 사용을 다르게 해왔는데, 이를테면 키니코스 학파의 디오게네스는 아르케를 ‘사물을 아는 원리’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또한 고대 원자론을 발전시킨 것으로 유명한 데모크리토스는 ‘원인’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두 개념을 종합해 ‘철학이란 원인과 원리의 학문, 즉 아르케의 학문이라고 했다.
그외에도 아르케는 시간의 맨 처음, 공간의 가장 앞자리를 의미하기도 하며, 지도자, 권력을 뜻하기도 한다.
아르케(arche)는 ‘명령하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 아르코(archo)에서 유래했는데, 이것의 명사형은 아르콘(archon). 즉 한 집단의 장, 지도자. 그리스로 말할 것 같으면 폴리스의 집정관을 뜻한다.
이처럼 조금씩은 다른 여러 의미들로 해석될 수 있지만,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는 아르케를 세상만물의 근원이자 근본원리라는 뜻으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아르케를 탐구한다는 말은 사물의 근원이나 시원을 찾아서 묻는다는 말과 같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당시 자연과학에 대한 연구가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자연철학자들은 아르케는 이것이다! 라고 자신만의 독특한 이론들을 발전시켰다.
아르케에 대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독창적인 사상
탈레스
탈레스는 기원전 624년에 그리스 식민지였던 밀레토스에서 출생한 그리스 최초의 자연철학자이자 밀레토스학파의 창시자이다. 그는 이 세상의 근원은 대체 무엇일까? 즉 아르케는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끝에 답은 ‘물’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늘날 과학지식으로 판단해보면, 물 분자는 수소원자 2개 + 산소원자 1개가 결합된 형태이며, 이것은 다시 원자핵, 양성자, 중성자, 소립자 등등으로 쪼개어질 수 있으므로 물이 근본적인 물질은 아닌셈이다.
뭐 거의 2600년전이니까, 미래에 서기 4600년의 인류는 지금의 과학지식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할지 상상해보면..당대 최고의 지성인 탈레스를 비웃을수가 없다.
아낙시만드로스
밀레토스 학파의 자연철학자였던 그는 탈레스의 제자로 추정되고 있다. 탈레스의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 라는 주장에 대해서 물은 대립되는 불이 존재하기 때문에 절대적이지 않다라고 주장한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아르케(시작, 시초, 근원, 원리, 원질)를 아페이론(apeiron, 무한자)이라고 주장했다.
아페이론은 실체가 정해지지 않았으며, 사라지지도 않으며 무한운동하는 물질로써, 우주에 존재하는 이 무한한 것을 통해, 세상은 영원히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을 반복한다고 했다.
참고로 아르케라는 말은 아낙시만드로스가 최초로 사용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아낙시메네스
마찬가지로 밀레토스 학파 3인방중 한명으로써, 아낙시만드로스의 제자이다. 그는 아낙시만드로스가 주장한 아페이론은 너무 신비성이 짙고 우리가 지각할 수도 없어서 스승의 주장에 반대한다.
아낙시메네스는 무한하면서도 끝없이 운동하며,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감각할 수 있는 ‘공기’야말로 아르케에 적합하다라고 생각했다.
아낙시메네스에 따르면 아페이론? 그게 대체 뭐냐 암것도 아니다. 이에 반해 공기는 사라지면 불이 되며, 밀도가 높아지면 바람이 되거나 형체를 갖춘다고 주장했다. 공기가 희박해지고 응축되면서 이 세상의 다양성을 창조한다고 믿었다.
피타고라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피타고라스는 만물의 근원, 즉 아르케는 ‘수’ 라고 주장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수의 원리에 의해 질서가 잡힌다고 보았다.
이 우주의 모든 것은 수의 비율에 의해 결정되어지며 이것이 조화로와야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고 보았다.
헤라클레이토스
기원전 6세기 말 고대 그리스의 사상가였던 헤라클레이토스는 아르케를 불이라고 생각했다.
타올랐다가 꺼지는 것을 영원토록 반복하는 불꽃을 따라서 주기적으로 대립하는 만물의 생성과 소멸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는 대립되는 것들은 다른게 아니라 같은 것이며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을 참고해보자. 불은 공기가 죽어서 살고, 공기는 불이 죽어서 산다. 물은 흙이 죽어서 살고, 흙은 물이 죽어서 산다. 선과 악은 하나이다. 삶과 죽음은 같은것이다.
엠페도클레스
엠페도클레스는 기원전 5세기경 활동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다. 그는 기존의 이론들을 절충해서 하나의 이론으로 통합하려는 노력을 했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것이 4원소설이다. 그는 이 세상의 아르케가 오직 한가지가 아니라 물, 불, 흙, 공기 이렇게 네가지라고 주장했다.
파르메니데스
엘레아 학파의 창시자로 알려진 고대 그리스 철학자(기원전 6세기~기원전5세기 활동)이며, 서구 철학사의 존재론의 선구자이다.
그는 아르케가 ‘존재’라고 주장했다. 파르메니데스는 아르케는 운동하지 않고, 항상 동일성을 유지하며, 고정되어 있고 영원토록 정지상태에 있다고 했다. 이것은 생성,변화, 소멸하면서 끊임없이 운동하는 아르케를 상정했던 헤라클레이토스와 상반된다.
데모크리토스
데모크리토스는 기원전 5세기말에서 기원전 4세기 초까지 활약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다.
그는 아르케는 ‘원자’라고 주장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더 쪼갤 수 없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이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들이 부족했고, 그로인해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원자론은 다시 수면에 떠올랐고, 오늘날 과학자들은 이 원자가 더 작은 입자들로 쪼개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원자는 더이상 아르케가 아니게 되었지만, 데모크리토스의 원자에 대한 통찰력은 오늘날 과학발달에 큰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
아낙사고라스
그는 기원전 5세기경 활동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다. 아낙사고라스는 이 세상의 아르케는 어떤 특정 원소가 아니라, 정신적이며 이성적 원리라고 주장하며 이것을 ‘누스(nous)’라고 명명하였다.
누스가 세상만물의 재료인 씨앗(종자 : spermata)에 질서를 부여해 사물이 생성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물,불,흙, 공기)에 반론을 제기하며, 4원소 이전에 종자가 있으며, 이 종자(일종의 가능성)가 누스(정신 혹은 이성)의 힘을 받아 현실화되어 각종 원소들이 생성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누스 -> 종자 -> 원소, 세상의 사물들
플라톤
플라톤은 기원전5~4세기경 활동한 고대 그리스의 대표 철학자이다. 그에게 아르케는 이데아(idea)이다.
이데아는 모든 존재와 인식의 근거가 되는 항구적이며 초월적인 실재이며, 다른말로 이념이라고도 한다.
플라톤에 따르면 이데아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며, 우리가 경험하는 물질적 감각보다도 더 완전하고 참된것이다.
이를테면 의자를 예로 들어보면 영원불멸의 ‘의자’라는 이데아가 있어서 이것을 모방해 현실의 수많은 의자들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현실의 의자들은 언젠가 소멸되어 버리지만, 이데아는 영원하며 언제든 현실로 모방되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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